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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행정연구 제16권 제2호 통권 52호 2002.12
구분
기고논문
산업별 집적경제와 외부성 분석
- 6,290
- 3,263
저자 |
조기현 |
---|---|
발행일 |
2002.12 |
권 |
제16권 제2호 |
통권 |
5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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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별 집적경제와 외부성 분석 |
1980년대 이후 전개되기 시작한 이른바 내생적 성장모형(endogenous growth model)은 수확체증과 외부성의 존재가 경제성장의 동학과정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각인시켜 주었다. 흔히 AK모형으로 일컬어지는 내생적 성장모형은 신고전학파 성장론이 제기하는 실물자본과 노동 이외에도 인적자본, 지리적·제도적 특성, 문화와 신뢰 등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렴현상(convergence)과 수확체증의 존재유무, 원인, 정책수단 등을 둘러싸고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진바 있다. 신고전학파 성장이론이 갖는 중요한 가정은 생산함수가 선형동차라는 것인데, 이 모형에서는 생산에 영향을 주는 제반 요인들을 동질적으로 간주하므로 장기적으로지역간 성장률은 수렴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역간 성장률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신고전학파의 틀로 설명하기 보다는 선형동차라는 기본가정을 포기하고 수확체증을 유발하는 어떤 외부성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수렴논쟁의 출발점이다1).
Lucas(1988), Romer(1986), Barro and Sala-i-Martin(1991, 1992), Barro(1991), Mankiw ·Romer·Weil(1992)로부터 촉발된 수렴논쟁은 바로 외부성 창출능력의 차이가 지역간 성장률 격차로 연결된다는 사실에 입각해서 신고전학파 성장모형 가운데 두 가지 가정 - 외생적 기술변화와 지역간의 동일한 생산기술 - 을 배제하고 그 대신 인적자본에 의한 수확체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거시적 접근방법과는 별도로 경제지리학, 사회학, 정치학 등 경제학의 인접학문에서는 지리적·제도적·문화적 특성과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개념으로 수확체증과 외부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것과 경제성장간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2). 경제지리학에서 주도하고 있는 이러한 접근방식은 도시경제학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Marshall의 집적요인을 더 정교화된 모형으로 발전시킴으로써 (i) 기술적 외부성과 비화폐적 외부성(Fujita 1989)3), (ii) 규모에 대한 수확체증(Dixit and Stiglitz 1977, Krugman 1991, Fujita, et al., 1999), (iii) 경쟁과 공간의 불완전성(Fujita et al., 1999) 3가지 요인으로 집적경제의 현상과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최근 OECD가 산업정책의 핵심수단으로 간주하는 지역혁신체제(regional innovation system)나 클러스터(Cluster)도 결국은 이러한 연구성과를 토대로 외부성의 창출에 의한 수확체증의 실현이 핵심적인 내용을 이룬다4). 국내에서도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각종 산업정책과 지역경제정책 역시 지역혁신체제를 구축하고 클러스터를 형성함으로써 지역 내부의 자생적인 발전동력을 강화시키려는 내생적 성장이론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산·학·연·관 의 공동연구나 기업체, 연구기관, 벤처캐피탈 등 관련 시설물의 집적, 지역전략산업의 육성정책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지역 내부의 외부성, 특히 지식의 외부성을 창출하고 혁신을 조장하는데 최우선적인 관심을 두고 있다. 기업의 혁신활동은 고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외부성이 지지하며 따라서 지식을 생산하는 근접지역에 입지한 기업은 혁신적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실, 혁신에 유용한 지식은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으며 집약시키기 어렵고, 비공식적인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지식의 전달과 습득은 지식수요자와 공급자간의 공간적 근접성에 영향을 받게 된다(Jaffe et al. 1993, Audretsch and Feldman 1999, Kelly and Hageman 1999).
이것은 지식의 외부성과 집적, 그리고 혁신 사이에는 긍정적 관계가 존재한다는 기존의 낙관적인 연구에 힘입은바 크다. 그러나 요즘 들어와서는 집적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연구도 발표되고 있는바, 공간적 집적을 둘러싼 원심력과 구심력간에 긴장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Krugman 1998)5). 즉, 집적에 따른 혼잡비용과 외부성 사이의 상대적인 물리력 크기에 따라 혁신의 성과는 의존한다. 예를 들어 지역 내부의 경쟁격화는 이윤저하와 R&D투자의 감소로 이어지지만 지리적으로 고립된 기업은 연대의식이 느슨하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유연성과 기술변화에 대한 반응도가 높게 나타난다. 공급측면에서도 기업간의 네트웍이 반드시 지리적 근접성에 제한받지는 않는다는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Echeverri-Carroll and Brennan 1999). 혁신과정은 국지적 요인과 전역적 요인 모두가 작용하는데, 이들간의 상대적 중요성은 혁신과정의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전역적 네트웍은 신제품의 상품화와 관련되며 개발활동은 주로 지식의 국지적 원천에 의존한다, 특히, 가장 정력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은 엔지니어와 과학자에 체화된 지식이 중요하므로 지리적 장벽에 제한받지는 않으며 이러한 기업에게 대학은 혁신의 중심지라기 보다는 숙련노동자의 공급처에 불과하며 그 기저에는 소속된 산업의 특성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소속된 산업의 시장구조와 경쟁관계, 산업구조의 다양성 등에 따라 집적의 원심력과 구심력간의 긴장관계가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기존의 연구들은 지식의 외부성과 성장간의 관계에 대하여 3가지 가설을 검증하고 있다. 첫 번째 가설은 일찍이 Marshall이 제기한 산업지구(industrial district)의 연장선상에서 Arrow(1962), Romer(1986)로 이어지는 MAR가설로, 산업특화에 따른 외부성이 존재하지만 산업내 기업에게만 국한된다는 지역화 경제(localisation economies)로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에 의한 외부효과를 주장한다. Marahall은 지역내 산업의 집중은 기업간의 지식이전을 촉진시키고, 긍극적으로는 이러한 지식이전이 해당 산업의 발전과 지역발전의 토대가 된다는 점을 지적하였는데, 산업내 기업간에 이루어지는 지식이전의 외부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들은 혁신적 활동이 기술의 모방과 도용에 의해서 재산권 침해를 가져오며, 따라서 혁신기업은 소수의 연관기업이 집적된 지역에서 지역독점(local monopoly) 내지는 지역집중(local concentration)이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내부화가 이루어질 때 지역경제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6).
두 번째는 외부성의 중요성은 동의하나 이것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생존을 위한 혁신의 경쟁이 치열할 때 강화된다는 Porter(1990)의 가설이다. MAR가설과 같이 Porter 역시 지역적으로 전문화되고 집중화된 산업에서의 지식이전과 확산이 중요하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정반대로 지역독점이 아닌 지역경쟁(local competition)이 혁신활동에 중요하다고 보았다7). 포터는 지역경쟁이 혁신기업의 수익률을 저하시킨다는 점에는 MAR가설과 입장을 같이 하지만 경쟁이 기술적 모방과 혁신적 사고를 가속화시키므로 장기적으로는 지역경쟁이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즉, MAR가설이 지역경쟁의 일차적 효과에 주목하여 지역독점에 의한 내부화를 강조했다면, Porter는 지역경쟁의 이차적 효과에 의한 혁신활동의 긍정적 효과를 내세웠다고 볼 수 있다8).
MAR가설과 Porter가설과는 반대로 Jacobs(1969)는 전지역·전산업에 걸쳐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혁신활동이 외부성의 핵심적 위치를 차지한다고 본다. Jacobs는 MAR이나 Porter와 달리 가장 중요한 지식이전은 핵심산업의 외부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 내부의 기업은 다른 산업에서 창출된 혁신적인 아이디어, 기술, 노하우, 인적자본에서 편익을 얻으므로 특화산업 보다는 산업의 다양성에 의한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가 중요한데, 이른바 도시화경제(urbanization economies)가 그것이다9). 지역독점과 지역경쟁의 관점에서 보면 Jacobs는 Porter와 마찬가지로 혁신과 기술개발의 흡수력 측면에서 지역경쟁을 옹호한다.
이들 3가지 가설에 대한 실증연구는 분석방법과 이용자료에 따라 상이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Soest, Gerking and Oort(2002)는 네덜란드 도시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Jocobs가설과 Porter가설을 지지하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Audretsch and Feldman(1999) 역시 산업의 다양화가 특화보다 중요하다는 Jacobs가설을 지지하였다. 반면에 Wheaton and Lewis(2002)는 지역별·산업별 임금수준을 이용하여 MAR가설에 의한 외부성이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최근에 이루어진 연구성과들은 집적이 외부성 창출을 위한 일방적인 필요조건이라기 보다는 산업별 특성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집적효과와 클러스터의 순기능에 토대를 둔 지역전략산업 내지는 특화산업 육성정책이 지역과 산업의 특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경험적 증거이기도 하다.
본 연구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본 연구는 전술한 제 가설들을 실증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소위 지역전략산업 육성정책과 관련한 시사점을 유도하는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 국내에서는 이번송(2002)이 중분류된 광공업통계자료를 이용한 수도권 지역의 사례분석에서 MAR가설을 지지하는 연구결과를 보고한바 있다. 이번송의 연구는 국내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방법론적으로는 몇가지 한계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초월대수 생산함수(TPF; translog production function)에 의한 추정모형은 엄밀한 의미에서 단순한 OLS에 그치고 있으며 MAR가설과 Jacobs가설을 대변하는 대리변수도 보다 개선된 지표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보다 정교화된 초월대수 생산함수와 새로운 대리변수를 도입하고 전국 단위로 분석대상을 확장함으로써 기존 연구와 차별화를 시도하였다. 특히, 클러스터가 지역전략산업 육성책의 이론적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지역화경제의 실증적 확인을 재검증하였다.
본 연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Ⅱ장에서는 추정에 이용하는 TPF모형과 대리변수로 활용될 지표들의 성격과 의도를 설명하며 Ⅲ장에서는 산업별로 추정결과를 보고하기로 한다. Ⅳ장은 연구를 정리함과 동시에 추정결과의 정책적 함의를 도출한다.
1) 어떤 외부성이 수확체증을 가져오며, 이 외부성을 체계화시키는 전략적 방법론에 대해서는 지금도 실증적인 연구가 진행중이다. 후술하고 있지만, 전자와 관련해서는 주로 경제학의 영역에서, 후자와 관련해서는 경제지리학이나 지역개발학, 사회학, 정치학과 같은 인접학문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본 논문은 바로 외부성의 유형, 다시 말해서 산업별로 수확체증을 유발하는 외부성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탐색하는데 있다.
2) Temple(1999)이 지적했듯이 문화와 경제는 깊은 관계를 맺으며 경제성장은 정치와 사회의 경계선상에 놓여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Temple의 주장은 Putnam, Leonardi and Nanetti(1993)이 이탈리아 자치단체에 대한 사례연구로부터 얻은 사회자본의 정의, 즉 ‘신뢰, 규범, 네트웍과 같이 조직행동을 용이하게 하여 사회의 효율성에 기여하는 사회조직’이나 Fukuyama(1995)가 주장한 ‘비가족적 혹은 일반화된 신뢰의 형태로 표출된 사회자본’과 일맥상통한다. 물론 Putnam등은 네트웍의 역할을, Fukuyama는 신뢰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차이는 있으나 경제성장의 결정요인과 성장률의 비수렴현상(divergence)을 설명하는데 시사점을 제기할 뿐 아니라 오늘날 지리경제학이 강조하는 클러스터정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3) Scitovsky(1954)에 따르면 외부성은 기술적 외부성(technological externalities)과 화폐적 외부성(pecuniary externalities)으로 구분된다. 기술적 외부성은 비시장적 상호작용의 산물로서 개인의 효용함수와 기업의 생산집합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화폐적 외부성은 시장메커니즘하에서 경제적 상호작용에 따른 편익으로 시장구조가 불완전시장일 때 발생한다.
4) 클러스터와 국가혁신체제의 개념, 접근전략에 대한 상세한 연구는 OECD(2001)를 참조하기 바란다.
5) 주지하듯이 집적과 클러스터는 별개의 개념이다. 지리적인 클러스터가 ‘상대적으로 소규모 지역에 입지한 연관기업과 관련 시설물의 강력한 집합체’로서 수평적 연대기능이 강조된다면 집적은 ‘연관기업의 수직적 집합체’의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개념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특정 지역에 연관기업을 입지시키고, 이를 토대로 거래비용의 감소, 외부성의 창출, 혁신제고를 꾀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본 연구에서 말하는 집적은 바로 엄밀한 의미에서의 집적이 아니라 ‘연관기업의 단순한 집합체’로서의 집적을 지칭한다.
6) 왜냐하면 지역독점은 다른 지역으로 아이디어가 유출되는 것을 제한시키고 외부성을 혁신기업간에 내부시키는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지역 내부에서 외부성이 내부화될 때 혁신과 성장은 가속화된다고 본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클러스터나 지역혁신체제도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지식이전의 내부화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지식이전의 외부성을 확대하려는 정책적 시도로 볼 수 있다.
7) 포터는 이탈리아의 도자기산업, 귀금속산업을 예시하면서 수 백개의 기업이 군집을 이루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생존을 위해서 혁신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8) MAR가설과 Porter가설 모두 산업 내부의 기술적 외부성을 중시하여 산업의 지역특화를 옹호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다만, 이에 대한 근거로서 MAR가설은 지역특화에 의한 외부성의 내부화론을 내세우는 반면에 Porter는 지역경쟁에 의한 이차적 외부성을 강조한다는 차이가 있다.
9) 그녀는 브레지어산업을 대표적인 예로 거론하고 있다. 브래지어는 여성용 의류산업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혁신적 사고에서 탄생했는데, 관련성이 낮은 산업이라 해도 여기서 창출한 지식이 다른 산업의 혁신활동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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